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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창 1204-2] 아버님 전 상서
글 쓴 이 :  송광익 등록일 :  2012-04-28 09:57:44 |  조회수 : 1065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곳이 어디인지 채 알 수는 없지만, 당신이 지나오신 삶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뿐입니다. 기왕에 기관지 질환을 지니신 고령자께 환절기의 급성 폐렴이 왔다면, 익히 아실 터이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는 후배 의사의 이야기에 그냥 고개만 주억거리고 있었습니다. 자꾸만 어두워지는 제 마음과는 달리 당신의 표정은 마냥 환하셨습니다. 일찌감치 반가운 일가친척들을 청해 미수연(米壽宴)도 치르신 터에, 못내 애태우시던 고명딸마저 길고긴 외지 생활을 접고서 당신 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무척 설레셨나 봅니다. 제발 아프시지 말고, 꼭 건강하라고 하던데…… 지난 통화내용을 되풀이 하시는 당신은 적잖게 마음이 쓰이시기도 하셨겠지요. 그리움과 걱정이, 반가움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기다림과 만남이었습니다.

 

아버님이 그렇게 가셨습니다. 몸은 조금씩 가라앉으시고 호흡기의 산소 압력은 자꾸만 높아갔지만, 그리운 얼굴과 살가운 손목들 다 만나고 잡아보시고서 환한 봄날에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아침 식사까지 말끔히 비우시고 평온한 얼굴로, 마치 두 분이 다정한 기약이라도 해두신 양, 할아버님의 기일에 딱 맞추어 훌쩍 떠나셨습니다. 미욱한 자식들이 못내 미덥지 못하셨는지, 진작 어머님 곁에 가묘(假墓)까지 손수 꾸며 놓으시고, 하관 뒤 삼우제(三虞祭)를 모신 뒤로 촉촉한 봄비까지 청해 놓고서 말입니다.

 

아버님이 이렇게 가시다니요! 평소 안팎으로 지어놓으신 복스러운 길을 따라 환한 복 받으면서 가셨다고 자위하는 머릿속과는 달리 가슴앓이를 하는 속은 먹먹해져 옵니다. 당신의 몸을 정갈스레 닦고서 입관(入棺)을 하던 순간, 외진 귀퉁이에 가만히 무릎 꿇고 고개 조아려 아룁니다. 편히 가셨다는 말로 살아생전 불편하게 해드렸던 죄를 덮으려 했던 잔꾀를 쉽게 용서하지 마십시오. 보이지 않는 무심함과 아예 노골적인 짜증으로 대하였던 모든 순간들을 부디 잊지 마십시오. 그러잖아도 가시는 순간까지 이런 걱정 저런 근심으로 쉬이 떨어지지 않을 발길, 그냥 놓아두고 가십시오. 보는 대로 배우고, 하는 대로 따라할 당신의 손자들에게 모든 걸 미루어 두고서 그냥, 그냥 떠나십시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희들은 바람 풍 하라고 할 만큼 뻔뻔스럽지는 못합니다. 복은 지은 대로 가고, 죄는 심은 대로 받겠지요. 당신께 자청할 호된 불벼락은 하나하나씩 빠짐없이 저희 자식들을 통해 달게 받겠습니다. 제대로 한 것이 만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되돌려 받겠습니다. 참 열심히 살아오신 아버님! 이제 그만, 오랜 세월 그리워하시던 할아버님과 어머님 곁에서 편히 쉬십시오. 소갈머리 좁은 놈의 큰절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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